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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홈 라커룸을 비우고 싶지 않다."
KBO리그 선수들은 트레이드, 방출 등 특별한 일이 없다면 홈 라커룸을 비울 필요가 없다. 비활동기간에도 자신의 짐을 완전히 빼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키움 선수들은 최근 2년 연속 특별한 경험을 했다. 서울고척스카이돔 홈 라커룸의 짐을 2년 연속 완전히 뺐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일정이 코로나19로 많이 밀렸다. KBO가 11월 추위에 의한 선수와 팬들 보호 차원에서 지난해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전 경기, 올해 한국시리즈 전 경기(11월 15일이 포함된 시리즈부터)를 돔 구장 고척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키움은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5위 및 와일드카드결정전 패퇴를 경험했다. 키움으로선 2년 연속 고척에서의 가을잔치가 '남의 잔치'다. 어느 팀이나 홈 구장에서 홈 팬들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을 꿈꾼다. 2년 연속 고척에서 마지막 가을무대가 성사됐으나 정작 키움이 올라가지 못했다.
2020시즌 9구단 NC에 이어 2021시즌에는 10구단 KT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NC는 1군 진입 8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KT도 1군 진입 7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린다. 반면 키움은 2008년에 창단한 8구단이다. 올 시즌까지 1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삼성, 두산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대신 2013년부터 올해까지 9년간 한 차례(2017년)만 빼고 꼬박꼬박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모기업 없이 스폰서들로 시즌을 꾸려나가는 현실상 매년 팀 페이롤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외부 FA 영입은 LG로 보냈다가 다시 영입한 이택근이 유일한 사례. 현실적으로 굵직한 내부 FA를 붙잡는 것도 쉽지 않다. 단,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등 세 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하면서 포스팅 금액을 챙겨 구단 살림에 보탬이 됐다.
신인들을 잘 뽑고, 잘 육성하기로 유명한 구단이다. 1군 연령이 늘 가장 어리고, 2군에도 유망한 선수가 즐비하다. 하지만, 전력의 코어가 약한 단점이 '만년 중위권' 이미지를 고착화시킨다. 이정후를 제외하면 내부 육성한 선수들이 리그 최정상급 레벨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렇게 될 만하면 FA나 트레이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반복됐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이 빠져나가고 박병호의 임팩트가 떨어지면서 파워히터가 부족한 약점을 2년 연속 메워내지 못했다. 외국인타자도 최근 계속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 와중에 조상우가 내년부터 잠시 팀을 떠나 사회복무요원으로 변신한다. 풀타임 5년을 소화한 이정후의 포스팅 입찰 자격을 갖추는 시점(2023시즌 후)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런 팀의 경우, S급 외부 FA로 투타의 기둥을 세워야 우승에 가까워지는 게 공식에 가깝다. 그러나 키움은 현실적으로 이게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내년에도 중위권 전력이다. 이정후가 2년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면 전력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 이정후는 2020시즌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앞두고 "홈 라커룸을 빼주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정후의 꿈은 작년에도 올해도 이뤄지지 않았다. 앞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도 전혀 없다. 2년 연속 안방 한국시리즈의 '구경꾼'이 된 현실이 마음 편할 리 없다.
김하성이 건재했고 이정후에 최강 외국인타자 제리 샌즈, 원투펀치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요키시, 4번타자 박병호가 전성기 기량을 유지한 2018~2019년은 한국시리즈 우승 기회였다. 특히 2019년 우승 실패가 뼈 아팠다는 평가다. 키움의 한 선수는 훗날 "(흐름상)잠실 1~2차전을 다 이길 수 있었는데 졌다. 고척에(3~4차전) 오니 완전히 흐름이 넘어갔다"라고 했다.
지난 2년간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9구단도 했고, 10구단도 할지도 모르는 한국시리즈 우승. 8구단 키움은 언제 할까. 현재 저연차들, 내년 신인과 육성선수들은 전라남도 고흥에서 마무리훈련에 한창이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우승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키움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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