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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한 MBC의 대처가 화를 불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가 동료 기상캐스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한다"며 "국회 과방위도 함께 진상규명과 제도 개선을 위해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남긴 유서와 SNS 대화 등에 따르면 오요안나씨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동료 기상캐스터들로부터 폭언과 모욕, 따돌림을 당한 정황이 확인된다"며 "비록 이번 사건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 하더라도 MBC는 무관할 수 없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스스로 밝힌 대로 한치의 숨김없이 오요안나 씨에게 있었던 일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기상캐스터를 포함한 방송사 내 비정규직들의 노동 환경 전반을 점검해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고 악습이 있다면 도려내야 한다"며 "이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영방송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책임 있는 조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문제가 있었으면 MBC 같은 방송사가 가장 적극적으로 진상조사를 하고 반성하고 사과할 점이 있으면 사과해야 한다. 다른 매체에서는 다 보도를 하는데 당사자인 MBC에서는 왜 그걸 안 하시냐"고 물었다.
이어 "'유족이 요청하면 진상조사 할 수 있다'는 입장문도 이상했지만, 'MBC를 흔들기 위한 준동' 이런 식의 표현에 깜짝 놀랐다"며 "MBC가 유족,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제대로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 이소영 의원 역시 "고인의 죽음을 대하는 MBC의 차가운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고인이 매일같이 일하던 일터에서 정식 구성원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으로 노동법의 보호 밖에 있었다는 사실도 씁쓸함을 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고 적었다.
MBC는 지난달 28일 고인이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자신의 고충을 알린 적 없다며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 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냈다.
이어 "일부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고인이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라고 한다면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저희에게 알려주시기 바란다"며 " 동시에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MBC는 최근 확인이 됐다는 고인의 유서를 현재 갖고 있지 않다.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며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동시에 구성원들의 소중한 일터로서 항상 부끄럽지 않은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MBC의 안일한 공식입장은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누리꾼들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 "고인의 유서와 녹취록이 공개됐는데, 사과한 줄 없이 몰랐다는 말뿐이다" "오요안나의 죽음에 대한 애도조차 없다" "공식입장이 왜 이렇게 감정적이냐"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다"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왜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는지 모르겠다" "이 문제에 'MBC 흔들기 세력의 준동'이 나오다니 당황스럽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 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MBC가 고 오요안나 씨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된 비극적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혔지만, 반성과 책임은커녕 면피와 책임 전가로 일관하고 있다"며 "논란이 커지자 마지못해 입장을 발표한 모습이 역력하다. 의혹 제기를 기만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 힘은 이번 비극적인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반드시 법적·도덕적 책임을 묻을 것"이라고 성명서를 냈다.
논란이 가중되자 MBC는 지난달 31일 오요안나의 사망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조사위에는 법률가 등 복수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며, 사내 인사 고충 조직의 부서장이 함께한다. MBC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MBC의 뒤늦은 수습에도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민심은 나락에 떨어졌고 여야권은 한목소리로 비판에 나섰다. 가해자 색출과 프로그램 하차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MBC 기상캐스터 전문 채널은 결국 댓글 창을 폐쇄했다.
한편, 매일신문은 지난달 27일 오요안나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유서에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괴롭힘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요안나는 2021년 5월 MBC 기상캐스터로 채용돼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다고.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괴롭힘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유서 일부와 더불어 정신과 상담 내용, 가해자 추정 인물과의 메시지 내역 및 통화 녹취록 등도 공개됐다.
1996년생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향년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022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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