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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다시 MBC '일밤'의 앞에 붙기 시작한 '위기'라는 단어는 관찰예능의 한계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지난 1월과 4월 각각 첫 방송된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를 통해 '일밤'이 선보인 새로운 예능 트렌드는 관찰이었다. 카메라를 개의치 않고 마음껏 뛰어노는 어린이, 혹은 카메라를 의식할 새도 없이 혹독한 훈련을 받는 병사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 두 예능프로그램은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구조를 출연자의 눈에 띄는 캐릭터로 극복해냈다. 윤후나 방송인 샘 해밍턴의 사례에서 보듯 관찰예능은 출연자 개인이 가진 본연의 매력을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포맷이었고, '일밤'의 성공 후 관찰예능은 우리나라 예능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관찰예능의 한계를 가장 먼저 드러낸 것도 '일밤'이었다. 제작진은 육군과 해군, 강원도와 서울, 동해, 서해 등을 누비며 새로운 부대의 모습을 담아오고 있지만 '휴가를 앞둔 군인이 제 아무리 멋을 내도 사회인의 눈에는 다 똑같은 군인이다'는 오래된 농담처럼, 부대마다의 하늘과 땅 같은 생활환경 차이가 시청자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부대와 보직마다 차이를 가장 크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캐릭터의 대응방식이지만, 막내 멤버 박형식마저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라는 눈빛으로 신병을 바라볼 만큼 군대에 익숙해진 지금에 와서는 기존 멤버 개개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장면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8년 째 같은 출연자로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무한도전'의 사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 중 매 회의 포맷 변화가 가장 큰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그렇다고 '진짜 사나이'가 기존 멤버의 변화를 단행하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진짜 사나이'는 엄연히 멤버들의 군 생활을 가정한 프로그램이고, 기존의 멤버들이 21개월의 현역 군 생활을 완수한다는 목표와 개념은 놓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사나이'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내무반 생활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일반인 병사를 더더욱 조명하는 길이다. 다행히 15일 첫 방송된 강원 철원 백골부대 편의 생활관에는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이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순한 얼굴을 가진 생활관 분대장 김유일 병장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아온 소꿉친구와의 러브라인을 애써 부인하는 순정남이었고, 자신을 '진격의 티라노'라고 소개한 부분대장 김정준 상병은 과거 현성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트로트가수였다. 멤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독차지한 'GOP병아리' 김형환 이병도 프로그램 첫 투입 당시의 박형식을 떠올리게 하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선보였다.
예능은 변화해야하고, '진짜 사나이'에서 변화를 담당하는 것은 새로운 부대와 그 안에서 멤버들을 기다리는 구성원이다. 육군 최강의 메이커부대 백골부대, 사방이 눈으로 덮인 살을 에는 혹한, 눈앞에 북한을 두고 철책선을 지킨다는 긴장감, 그리고 캐릭터 강한 동료 병사까지. 잘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둔 '진짜 사나이'의 부활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 백골부대 편에서 등장한 김유일 병장, 김정준 상병, 김형환 이병(첫 번째 왼쪽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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